1월3일 음력설에 '설날' 지위 내준 양력설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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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90년 1월3일 “신정은 쉬고, 구정 때 고향 간다”

지난 1990년 신정 연휴에 귀성 대신 고궁 나들이를 택한 사람들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 달력을 펴고 벌써 12월까지의 공휴일을 쫙 훑어보신 분도 있을 겁니다.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지는 않는지, 명절연휴는 며칠이나 되는지 궁금하니까요.

지금은 ‘설날’ 하면 대부분이 음력 1월1일을 떠올리실 텐데요. 30년 전만 해도 설날은 지금의 설날이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기록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설은 양력 1월1일이었습니다. 양력설은 신정(新正), 음력설은 구정(舊正)이라 불렀고 1월1~3일 사흘간의 신정연휴가 법정 공휴일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구정을 따로 쇠는 것은 ‘이중과세’(二重過歲)라며 비판했습니다. 이중으로 새해를 맞이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이라는 거죠. 하지만

공휴일도 아닌 음력설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줄지 않았습니다. 회사들도 가게들도 음력설에 조용히 문을 닫아걸었죠.

결국 음력설은 1985년에 처음 법정 공휴일이 됩니다. 아직 설날이라는 이름으로는 아니었습니다. 전통 민속문화를 계승·발전시키고 경효사상을 높이자는 의미로 ‘민속의 날’이라는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설날을 설날이라 부르지 못하고 민속의 날이라고 부르라 하니 국민들은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몇 해 지나지 않아 설날이라는 이름은 제 주인을 찾아갑니다. 89년 2월1일 대통령령 12616호를 통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일부개정되면서 양력설 연휴는 이틀로 줄고 음력설 연휴는 사흘로 늘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양력설과 음력설의 지위가 바뀐 첫해는 바로 1990년이었습니다. 신정연휴가 처음 이틀로 짧아진 1990년 새해 벽두 풍경은 어떻게 달랐을까요?

1990년 1월3일자 경향신문 15면
3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틀로 짧아진 신정 연휴를 맞아 많은 시민들은 고향 대신 관광지를 찾았습니다. 명산과 온천·스키장 등 휴양지가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붐볐고, 귀성·귀경길 인파는 줄었습니다.

연휴 전날 오후부터 영동고속도로 등 휴양지로 향하는 도로에 자가용 차량이 긴 행렬을 만들었고, 설악산·한라산·지리산 등 산악 관광지에 50여만 인파가 몰렸습니다. 김포공항에는 해외로 출국하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는데요. 당시 관광업계는 그해 신정연휴 출국자 1만여 명의 절반 정도가 관광객이라고 추정했다네요.

이날 서울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한 사람이 경부선 5만5000여 명을 비롯해 총 13만여 명이었고, 직전 해보다 4만여 명이 줄어든 수치였다고 합니다. 서울역을 통해서도 7만여 명이 귀경했지만, 예년에 비해 혼잡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짧아진 신정 연휴 대신 사흘로 늘어난 구정연휴 때 설을 쇠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에, 설빔을 차려입은 나들이 풍경도 크게 줄었다고 기사는 전합니다. 연휴기간 중 시내 거리는 차량통행과 인적이 적어 한산한 모습이었고, 대신 극장가와 고궁 등이 붐볐다고 합니다. 이날 서울 충무로의 극장에 신정특선영화를 보러나온 한 회사원은 “신정을 명절보다는 휴가의 의미로 지내고 있다”며 “오는 구정 때 귀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이제는 하루짜리 공휴일이 되어버린 신정. 나들이를 떠나기엔 짧지만, 차분하게 새해 계획을 세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죠.

금연·다이어트·긍정적 생각 가지기…. 새해 첫날 세운 계획이 벌써 무너졌다 해도 상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작심 삼일도, 사흘마다 작심하면 성공하지 않겠냐고요. 게다가 아직 음력설이 3주 남짓 남아 있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요.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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