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이 '비둘기'임을 알 수 있었던 3가지 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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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금리 동결 후 '비둘기 모드'
①"2% 밑도는 인플레이션 불편하다"
②"우한폐렴, 세계 경제에 장애 요인"
③"무역분쟁 불확실성 여전히 높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뉴욕=이준기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현행대로 유지했다. 지난해 세 차례의 인하 이후 두 달 연속 ‘동결 모드’를 이어갔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시장은 연준이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쪽으로 한발짝 이동한 것으로 이해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과 대중(對中) 무역전쟁 등 리스크를 콕 집어 거론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추가 인하 가능성마저 나온다.

◇‘비둘기 파월’ 세 가지 힌트

연준은 29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1.50~1.75%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연준은 성명서 문구를 크게 바꾸지는 않았다.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소비에 대해 ‘강하게’(strong)에서 ‘적정하게’(moderate)로 다소 톤을 낮췄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관련한 표현을 2.0%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near)’에서 ‘돌아가고 있다(returning to)’로 수정했다.

은행이 연준에 맡기는 초과지급준비금에 주는 이자인 초과지준부리(IOER)를 5bp(1bp=0.01%포인트) 인상하고 초단기 환매조건부채권(레포) 시장 개입을 통한 돈 풀기를 최소한 4월까지 지속하겠다는 것도 시장이 예상했던 조치다.

연준이 비둘기 색채를 본격적으로 드러낸 건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다. 가장 주목할 것은 인플레에 대한 인식이다. 파월 의장은 성명서에서 관련 문구를 바꾼데 대해 “현재 2.0%를 하회하는 인플레는 불편하다(we’re not comfortable)는 점을 분명히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연준은 목표치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했다. 물가 상승률이 2.0%를 넘는다고 해도 완화적인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는 “비둘기파적인 언급”이라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의 우한폐렴 발언도 관심을 받았다. 그는 “진행 상황을 신중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장애가 될 수 있다(likely to be some disruption)”고 말했다. 만에 하나 우한폐렴의 경제적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연준 차원의 조치를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도 거론했다. 그는 “경영 여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무역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remains elevated)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두 나라간 1단계 무역합의로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경고다.

◇일각서 ‘금리 인하’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가 재개될 수 있다는 의견이 조금씩 나온다. 제임스 스위니 크레디트스위스(C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 외신에 “연준은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는 내리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비둘기 모드에 시장금리는 내렸다.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58%로 전거래일 대비 7bp 하락(국채가격 상승)했다. 연준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는 국채 2년뭉ㄹ 금리도 떨어졌다.

채권시장으로 돈이 몰렸음에도 주식시장은 강보합권에서 움직였다. 연준이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며 ‘충격으로부터 시장을 지킬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다우 지수는 11.6포인트(0.04%) 오른 2만8734.45에 마감했다. 우한폐렴 여파에 아시아 증시가 폭락세인 것과는 약간 다른 흐름이다.

한편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FOMC 직후인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금리 낙폭이 확대되고 주가 상승이 반락한 것을 보면 시장은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이어지는 것은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5%로 소폭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1.71%(37.28포인트) 급락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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